식약청 폐지법안 일단 '멈춰' 27일 행자위, 여야 의원들 반대와 함께 신중론 제시 식품안전처를 설립하고 식약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여야 의원들의 이유있는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 전망이다. 27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하나 같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식품안전처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며, 현 식약청의 기능을 확대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 설명에 나선 문희 의원은 "국민건강과 식품사고 예방차원에서의 식품관리 일원화는 찬성한다" 며 "이를 위해 식약청을 중심으로 8개 부처로 흩어져 있는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개정안을 여ㆍ야 의원 54명과 함께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식약청을 폐지하고 식품과 의약품 관리체계를 이원화 하는 것은 식품 안전을 포기한 것" 이라며 "정부안 중 식약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제25조의2 및 제39조는 마땅히 삭제되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한 "식약청 폐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품과 의약품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점과 식품과 의약품이 분리될 경우 전문성과 효율성 저하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폐해가 예상되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특히 "별도 기구설립에 따른 국민 혈세 낭비도 간과 할 수 없다" 며 "정부안이 통과되더라도 학교급식은 교육부, 물은 환경부, 술은 국세청 등 현재의 식품관리체계가 일부 그대로 남게 되어 불분명한 책임소재와 업무영역에 대한 논란 등으로 국정 난맥이 예상된다" 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수석 전문위원은 "식품과 의약품 안전 업무를 분리하여 식품은 식품안전처에서 의약품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토록 하는 이 같은 분리 업무가 국민의 건강을 증진 시킬 수 있는지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표명돼야 하며, 특히 식품식품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생산단계의 농ㆍ축ㆍ수산물에 대해서도 식품안전처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검토 보고를 밝혔다. 이에 양형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민의 삶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식약청 폐지 문제에 대해 설명한 문희 의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 문제는 심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행자위 차원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수차례의 공청회를 개최, 심도있는 의견을 수렴해 식약청이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안했다. 최인기 민주당 의원도 "정부내에서 이와 관련해 몇번이나 공청회를 개최했느냐" 며 공개적이고 공정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실적으로 국무총리 산하의 식품안전처가 현실성과 효율성으로 미뤄 볼때 생산, 유통, 가공, 판매, 설비 까지 관장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희 의원이 지적하는 약품과 식품을 분리 한다는 것은 매우 여려운 일이며 자칫 업무 혼란만 가져 올 것 이며 식품과 의약품의 독성테스트는 어떻게 분리 관장 할 것 이냐"고 업무의 비효율성을 꼬집으며 "행자위 주최의 깊이 있는 논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속해 안경일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가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임시방편으로 새로운 안을 내 놓는다"고 비판하며 "이번 개정안도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 보다는 현재의 기관인 식약청의 기능을 강화시키는게 순서 일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최연희 무소속 의원은 "의약품과 식품을 분리해 식품을 총리실 산하로 승격시키는 것은 명분이 명확치 않다"며 "식품과 의약품을 함께 총리실 산하로 이관시키는 것이 의약품과 식품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 조직 확대 개편 또는 명칭 개편은 새로운 정부가 추진시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러한 의원들의 의견에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김치 사고 등 그동안 일련의 식품사고는 관리체계가 다원화되어 있어 발생한 것" 이라며 "식품과 의약품을 분리하여 식품안전처를 설립하면 어느 정도 해소될 문제" 라고 답변했으나 행정자치위원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특히 이날 이용섭 장관은 강창일 의원의 질문에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분리를 통해 양쪽을 강화시키는 것 보다는 분리가 더 큰 목적"이라고 답변, 정부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있어 실행 과정이나 문제점, 향후 대책 등의 충분한 사전 점검 보다는 목적 지향적으로 국정을 무리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줬다. 식약청의 존폐 여부가 판가름 나는 이날 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식품안전청 폐지안에 대해 우려와 함께신중론을 제시하고 나서며 식품안전처 신설에 반대해 향후 식약청의 운명에 파란불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행자위는 식품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넘겨 좀더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임세호 기자 (woods3037@yak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