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약분업 논의 본격화 예고

3만 여 한약조제직능 물밑접촉 움직임...한의계 반발 클 듯

한국의약신문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한방의약분업이 올 하반기 보건의료계에 한차례 폭풍우를 몰고 올 전망이다. 이는 일부 한약조제직능들이 국민보건향상을 위한 조치로 의약분업을 시행, 약물의 오남용을 막는다는 정부 정책을 한약분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적극 펴나가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현재 한약조제직능은 한약업사(11개 기성한약서 혼합판매 직능, 복지부가 조제직능으로 유권해석), 한약사, 한약조제약사 등 3만 여명에 이른다. 더욱이 최근 약사들 사이에서도 1993년 촉발된 한ㆍ약분쟁 와중에서 약사들이 한약조제권을 아무런 근거 없이 빼앗겼다며 한약을 취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한방의약분업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방의약분업 논의가 본격화되면 한의사와 이들 단체들 간의 논리싸움으로 보건의료계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한약사회(회장 이준호)는 한방의약분업을 최대 숙원사업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특히 한약사제도는 정부가 의약분업 시행 후 3년이내에 한방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직능인 만큼 이제는 한방의약분업을 실시해야 할 시기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한약사회는 한방분업실시에 대비한 한약사회의 중장기적 계획 수립과 관련단체와의 주도적 협조체계 구축, 한약사회내에 의약분업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활동목표로 하고 있다.

한약조제약사회(한조약, 회장 이범식) 역시 "의료인인 한의사가 한약에 몰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조약 이성영부회장은 "지금이라도 한방의약분업을 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한방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국민들은 지금보다도 부담을 줄여 한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조약은 앞서 중의사가 관련된 사건에 개입, 법원으로부터 "한약규격품이라도 사용방법과 주의사항 등이 명시돼있지 않으면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한방의약분업이 금년 하반기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그동안 관련단체들로부터 한방의약분업 추진을 위한 예비모임을 제안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았던 대한한약협회(회장 이계석) 내부에서 최근 "한방의약분업이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약업사의 경우 11개 기성한약서에 명시된 처방과 한의사로부터 처방을 받는 것을 업무범위로 하고 있어 100처방을 취급하는 한약사 및 한약조제약사와는 한약취급범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들 직능의 러브콜에 눈길도 주지 않았으나, 최근 전통한약사 법안의 국회심의과정에서 한의계 인사들로부터 매우 모욕적인 취급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약협의 한 임원은 "한의사들이 한약업사를 적대시하는데 우리가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첩약의 보험급여는 차지하고라도 한방의약분업은 당장 시행해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한방의약분업에 소극적인 한약업사들의 관련단체들의 분업추진을 위한 모임체 구성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한방의약분업 논의 공론화 시점이 언제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달 13일 열렸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위원장 장복심)에서는 한약사회가 청원한 '한약제제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시고시 개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한방의약분업 논의가 돌출되기도 했다.

당시 복지부는 의약분업제도에 한방분야가 제외돼 있어 분업이라는 큰 틀을 조정하기 전에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완전한 의약분업은 한방도 포함돼야 하는 것이며, 이는 국민도 원하고 있는 일이다"면서 "(복지부는) 책임감 없이 현 제도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만 제시하지 말고 의약분업에 한방을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도 "당장 한방의약분업을 추진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이는 언젠가는 추진해야 할 사안인 만큼 소위 차원에서 복지부가 이를 위한 정책을 마련토록 건의하자"는 의견을 개진하는 등 국회 역시 시기의 차이일 뿐 한방분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