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봄에는 산수유 꽃이 온 마을에 가득 넘칩니다. 여기가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나 의성보다 못하지 않지요."

10일 경북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의 마을 어귀에서 만난 한 노인은 이같이 말했다. 문경시내에서 국도 59호선을 따라 동로면 면사무소 소재지인 적성리로 접어들면 도로 가에 활짝 핀 노란 꽃이 손님을 맞이한다. 봄을 상징하는 꽃 가운데 하나인 산수유 꽃이다.

산수유 꽃은 개나리나 유채꽃처럼 샛노랗지는 않지만 수줍어하는 새색시처럼 은은한 노란색이 더욱 매력적이다.

동로면 적성리와 인접한 노은리는 봄을 맞아 온 동네가 활짝 핀 산수유 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웬만한 집에는 모두 산수유가 마당에 심어져 있고, 논두렁이나 밭두렁, 길 주변, 야산 등 곳곳에 산수유가 자리 잡고 있다.

산수유만 심어 놓은 밭도 있다. 노란 산수유 꽃이 가득해 원래 이 마을이 노란색 마을이었나 착각할 정도다.

이 마을에 있는 산수유는 언제부터 심어져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최소한 65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성리 노인정에서 만난 한 할머니(82)는 "내가 해방되던 해에 시집왔는데 그때도 이미 산수유가 심어져 있었다"며 "그 즈음부터 너도나도 심기 시작해 온 마을이 산수유로 가득찼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할머니(84)는 "일제시대에 면장이 의성에서 산수유씨를 가져와서 퍼뜨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봄에는 이곳의 산수유 꽃을 보려고 멀리서 찾아오기도 하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는 사람만 오는, 그야말로 '비경'을 간직한 곳이 동로면이다.

가을에 열리는 빨간 산수유 열매는 간에 좋다고 전해져 술이나 차, 한약재 등으로 사용된다.

한때는 산수유 한 그루를 논 한 마지기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을 정도로 산수유는 빈한한 산촌에서 큰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산수유는 열매가 떫은맛과 강한 신맛을 지녀 다른 가공식품으로 만들기 어렵고, 중국산이 밀려오면서 가격이 내려가 동로면에서 주요 수입원의 자리를 오미자에 넘겨준 지 오래됐다.

손으로 깐 산수유는 600ｇ에 1만원 정도, 기계로 깐 산수유는 7천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지난해는 2천-4천원 선으로 뚝 떨어져 마을 노인들이 수확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한 할머니는 "팔 데도 없어 다 베어내고 싶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누군가가 한 그루에 10만-20만 원씩 받고 여러 그루의 산수유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오미자가 보급되면서 산수유의 위상이 낮아지는 이곳에서 산수유가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담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경시 채성오 홍보담당은 "충분히 관광자원화할 수 있음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늦어서 안타깝다"며 "산수유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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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손대성 기자(대구경북취재본부), 편집:심지미 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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