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약사’ 개칭은 시대변화 따른 용어정립”

이계석 한약협회장, “한약업사 실질적 조제직능, 업무범위 변화 없다”


◇ 이계석 회장은 한약업사의 '전통한약사' 전환은 용어의 정립일 뿐, 업무범위 확대 등은 없다고 밝혔다.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개칭하고 업무범위를 ‘기성한약서에 의한 처방조제’로 하는 약사법일부개정안(한나라당 이강두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가운데 한약계가 이 법안의 원만한 국회처리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약계는 이번 약사법일부개정안이 한약업사의 허가사항을 비롯해 명칭, 직능에 대한 정의 등을 시대적 변화에 맞춰 개선하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약협이 정책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연구용역을 거쳐 마련한 과제를 바탕으로 한 이 법안에 대해 한약협 사무처는 “한약업사직능의 업무범위 확대 등 업권향상보다는 사회에서 제대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한약업사들은 무의약면 해소를 위해 배치돼 오지ㆍ벽지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왔으나, 업소를 마음대로 이전하지도 못하는 등의 불합리로 인해 오랫동안 패배감에 빠졌다가 이제 자긍심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환호하고 있다.

모처럼 한약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은 장본인인 이계석 대한한약협회장을 만나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전환하려는 목적을 비롯해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 이강두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일부개정안’은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전통한약사’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요.

“우선 ‘약사법일부개정안’ 취지를 설명한다면, 한 마디로 구시대적인 용어들을 현대적인 용어로 바꾸고, 아울러 한약업사의 업무에 대한 정의를 직능에 맞도록 고치는 것입니다.

한약업사는 본래 한약전문가로서 우리나라에 한의사제도가 없던 시절부터 한약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의사제도가 생겨난 이후 정부는 무의약면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한약업사를 오지ㆍ벽지에 배치해 무의약면을 해소했습니다.

그런 직능인 한약업사는 11개 기성한약서에 명시된 처방모두를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는 한약사나 한약조제약사의 100처방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11개기성한약서에 수록돼있는 많은 처방 중에는 특정질환에 특효한 것들이 많이 있으며, 우리 한약업사들은 수 천 년의 역사를 통해 이어져온 경험을 바탕으로 특이한 처방을 소지하고 있는 회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100처방을 조제하는 ‘한약사’ 직능과의 혼동을 없애고,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한약을 조제ㆍ판매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전통한약사’로의 명칭변경을 하려는 것입니다.”

-일부 단체에서는 이번 ‘약사법개정안’이 한약업사에게 한약조제권을 부여하려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한약업사의 업무범위를 제대로 모르는데서 오는 오해입니다.

약사법에선 한약업사 업무와 관련, ‘11개기성한약서에 대한 혼합ㆍ판매’를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얘기하는 ‘혼합ㆍ판매’는 실질적인 조제개념이라고 봐야합니다.

이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이 지난 2004년에 “한약업사의 혼합ㆍ판매는 조제개념이다”라고 정의하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며, 대법원의 판례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에서 약사법일부개정안이 발의되자 일부에서 그 같이 지적한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한약업사의 현재 업무범위와 명칭변경 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약사법일부개정안 취지는 한약업사의 업무범위 확대가 아닌, 용어의 정립입니다.”

-많은 한약업사들이 수백 년 이상 임상경험을 통해 확립된 일명 ‘비방’으로 불리는 처방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 처방이 보다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여 지는데…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연구사업으로 숨겨진 처방을 발굴하는 작업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저희 협회에서도 적극 협력했고, 그 후 책자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협회 학술위원회에서도 매년 자체적으로 회원들로부터 처방을 제공받아 책자로 발간해 회원모두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처방이라도 환자의 연령과 성별, 증상 등에 따라 각기 효과가 달리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좋은 처방들을 함께 나눌 후배들이 절실합니다.

한의약은 우리 민족의 귀중한 유산으로써 개방화시대를 맞아 매우 경쟁력이 높은 분야로 분류되고 있으며, 정부 역시 한방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ㆍ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 한약업사들이 소장하고 있는 훌륭한 자료들이 사장되지 않고 후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당국이 방안을 강구해 주기를 바랍니다.”

-회원들의 약사법일부개정안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습니다. 국회처리과정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지난해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한약취급인력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위한 정책세미나’이후 한약업사 직능에 대해 국회와 복지부, 언론 등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아울러 우리 회원들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자긍심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국회보건복지위원회를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겨져 검토 중에 있어 예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했듯이 이 법안이 한약업사의 업무범위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만큼 관련단체들의 협조로 잘 풀릴 것이라 기대합니다.”


2006-01-19 11:2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