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현대의학 한계 ‘보완의학’ 통해 탈출시도

봉약침ㆍIMS 의사직능 편입 절반의 성공…한의학탐닉 본격시도

의료계의 한의학탐닉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한의학분야를 전통의학으로 분류하고 “중의학 등 세계 전통의학 대부분이 ‘보완의학의 일부’로 수용되고 있는 추세”라며, 한의학분야의 치료방식을 현대의학에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특히 IMS 사태이후 의료계는 더욱 노골적으로 한의학분야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한의계와의 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의학 분야’ 슬금슬금 잠식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의료계는 현대의학을 제외한 전통의학 대부분을 보완의학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의료계가 현대의학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봉독을 이용한 주사제와 최근 문제가 불거진 IMS다.

봉독주사제의 경우 민간요법차원에서 꿀벌의 침을 환부에 쏘이게 함으로써 진통, 소염효과를 얻는 것에서 착안됐으며 20여 년 전부터 한의계에서 관심을 갖고 연구해오던 과제이기도 하다.

기존의 봉침시술은 살아있는 벌을 핀셋 등으로 잡아 환부에 침을 쏘이게 하는 방식이어서 환자들에게 혐오감 또는 공포심을 주었지만 봉약침은 봉침을 규격화한 것으로서 환부 및 경혈 등에 시술,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한의계에서 봉침은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본격 시술했고 이후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지금의 규격화(앰플방식)돼 한방의료기관에서 시술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봉약침은 류마티스성관절염과 강직성척추염 등 자가면역계질환부터 퇴행성관절염, 급성 화농성관절염 등 골관계질환, 근육계질환, 신경계질환 등을 치료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도 봉침에 대한 효능을 알고 자기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끝내는 봉침시술영역을 인정받았다.

2002년 3월엔 경기도 연천군에서 의원을 개원하고 관절염환자에게 봉독주사액을 투여하는 시술을 한 의사 홍모씨가 복지부로부터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진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1개월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홍씨는 “봉독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축척돼있고 한의사는 자유롭게 봉독시술을 하는 현실에 비춰 형평성이 떨어진다”며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냈으나, 2002년 12월 9일 법원은 “양의사가 벌침의 독을 이용해 관절염을 치료하는 ‘봉독시술’을 했다면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를 했다고 봐야 하고 따라서 의사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한강현 부장판사)는 “원고는 봉독요법에 대해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연구가 돼있다’고 주장하지만 봉독요법이 학문적으로 인정되는 진료행위인지 여부는 진료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리 평가해야 한다”며 “한의사는 한의사 자격면허에 의해 봉독시술을 할 수 있지만 양의사가 식약청에서 허가받지 않은 봉독을 사용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1년의 기간이 지난 뒤 이 문제는 또다시 뒤집혔다.

구주제약과 미국에서 봉독요법을 연구ㆍ시술해 온 김문호 박사(안아픈세상 원장)가 공동으로 2003년 9월 20일자로 ‘아피톡신 주사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득한 것이다.

아피톡신 주사제는 경희의료원 등 4개 병원에서 골괄절염 환자 30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약물인 마부메톤 투여그룹과 비교해 볼 때 증상 개선율이 48.3%에 달했다. 특히 투약이 끝나고 2주가 지난 뒤 지속적인 증상개선율을 살펴보니 아피톡신 그룹이 57.5%, 나부메톤 그룹이 43.6%로 나타났다.

의약품허가 하나로 봉약침이 한의사전유물에서 의사와 공유하는 사태를 낳은 것이다. 이는 약침제제가 아직까지 식약청허가를 받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한의원제제로 인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많은 치료분야가 아전인수격으로 시술자가 바뀔 수 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대한약침학회 강대인 회장은 “한의학분야의 인프라를 공고히 하려면 약사법은 물론 의료법까지 다 뜯어고쳐야 한다”며 “약사법에서 한약제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한의약관리법’이 제정돼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의학’ 통해 현대의학 ‘보완?’

“세계적으로 현대의학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보완통합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이 분야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가 6월 29일 서울대 암연구소 2층 이건희 홀에서 개최하는 ‘의과대학내 보완의학교육 필요성 및 도입방안’을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이처럼 주장하고 “특히 유럽의 동종의학, 인도의 아유르베다, 중국의 중의학 등 각국의 전통의학도 보완의학의 일부로 수용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해 한의학을 포함한 각국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 의과대학에서 보완의학 교육 및 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보완의학이 진료에 활용될 수 있도록 현대의학의 범주에서 과학화ㆍ객관화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보완의학교육에 대한 국제적인 현황과 국내 상황을 파악해 비교분석하고 아울러 국내 의과대학 내에서 보완의학교육 필요성을 제고, 현실적인 도입방안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완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한의학분야를 침범하는 경우 의료제도가 이원화된 우리나라와 선진국들의 의료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 때문에 한의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가 IMS 및 needle TENS와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FIMS에 대해 2001년 5월 1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행위전문위원회로부터 비급여 의료행위로 심의 의결 받은 것이나, 심평원이 2003년 5월 IMS관련 ‘신의료기술’ 심의결정을 복지부에 요청한 것 등을 고려하면 의료계의 주도면밀한 전략을 한의계가 말로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완의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각국의 전통의학을 통해 현대의학을 보완하려는 의료계의 행보가 심포지엄을 열리는 29일이 다가오면서 그 실체에 관심이 집중된다.


2005-06-17 1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