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침구사신설’ 놓고 9월 여의도 “후끈”

입법 가시화 땐 범침구계 ‘창’ㆍ한의계 ‘방패’ 격돌 불가피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지난달 29일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세계침구제도 현황과 한국의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 개최이후 파장이 심상치 않다. 이 행사를 공동 주최했던 국회의원들은 “침구사입법과 이번 행사는 별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범 침구계가 규합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세력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침구사제도부활’이라는 최종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의계가 가세해 침구사제도부활을 적극 저지할 것이 뻔 하다는 점에서 9월 정기국회는 ‘한-침구계’의 격전장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침술관련 국제심포지엄 왜 개최 됐나=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개최 타당성여부에 대한 논란이 빚어졌다.

언론보도를 통해 심포지엄개최 계획을 인지한 한의협은 즉각 사실 확인에 들어갔고, 공동주최자인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게 심포지엄개최를 포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심포지엄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침구사제도부활에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또한 다른 국회의원들에게도 이 심포지엄의 부당성을 환기하고 심포지엄이 무산되도록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많은 노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심포지엄이 이미 상당부분 준비가 진행됐고, 국제행사로 열리는 까닭에 섭외된 인사들에게 심포지엄이 무산됐다고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개최 강행 의사를 밝혔다.

특히 한의계가 심포지엄은 결국 정부정책에도 배치되는 침구사제도를 부활시켜달라는 요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경고했지만 이들 의원들은 “심포지엄은 순수한 학술행사 일뿐 침구사제도부활 움직임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결과론이지만 이번 심포지엄은 주제발표에서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이 모두 침구사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특히 미국의 경우 한의사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여러 주정부가 침구사를 인정한다는 것을 널리 알려 향후 범침구계의 침구사제도부활을 사업의 당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재야침구계가 “한의원의 문턱이 높아 서민들이 침술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한의사들 역시 침ㆍ구 시술보다는 한약투약에 관심이 많다”며 “고령화사회를 맞아 노령인구의 질병치료를 위해서라도 침시술이 일반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침구사부활을 위해 펼치는 논리와도 상통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침구사법 입법 둘러싸고 관련단체 물밑싸움= 현재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곳은 대한한의사협회이다.

한의협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들어선 엄종희 회장은 당초 침술관련 국제심포지엄개최 계획이 알려진 이후 국회대책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아 의욕적인 저지활동을 전개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엄 회장은 불과 몇 일만에 T/F팀장에서 물러나고 오경태 총무이사가 T/F팀장을 맡았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이 지상파 방송을 타고 방영되는 등 언론에 보도되자 보도방향을 분석하는 등 향후 대책에 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의협은 심포지엄이 열린 8월 29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공동개최한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해 “무이식의 소치를 개탄한다. 한민족으로서의 부끄러움과 의료인단체로서의 참담함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보건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침구사부활을 위한 일체의 움직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그러나 침구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침구사부활을 추진할지 몰라 침구계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입장이다.

최근 침구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범침구계는 이미 침구사법 입법을 위한 법률개정안 초안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침구협을 비롯해 뜸사랑, 한국침술연합회 등 여러 단체가 연합된 형태로 입법활동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각단체간에 입장조율과정을 거친 후 확정될 전망이다.

실제 침구계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폐지된 침구사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한 절호의 계기를 맞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만큼 종전처럼 한 두 단체가 손잡고 입법활동을 벌이기보다는 범침구계가 뭉친다는 계획이어서 추진력 또한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침구사입법을 저지하려는 한의계의 ‘방패’와 이를 통과시키려는 범침구계의 ‘창’이 9월 국회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역대 침구사입법 추진일지 ◇6대 국회= △1차: 1964년 맹인단체와 침구사협회에 의해 청원됐으나, 그해 1월 폐기. △2차: 1966년 전진한 의원 외 17명이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법률 제안, 법사위까지 통과했으나 국회회기 만료로 자동폐기.

◇7대 국회= △3차: 1968년 윤인식 의원외 18명이 ‘침사ㆍ구사ㆍ안마사에 관한 법률안 제안. 의사회와 한의사회 반대 청원 제출. 위원회 계류 후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8대 국회= △4차: 1972년 침사법 제정 청원, 국회 해산으로 자동폐기.

◇9대 국회= △5차: 1973년 강기천 의원외 52명 ‘침사법’ 제안. 문태준 의원 반대 청원 제출.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11대 국회= △6차: 1983년 ‘침사제도 확립에 관한 청원’ 제출, 보사위에서 폐기.

◇13대 국회= △7차: 1990년 김판술 의원외 90명 ‘침구사법 제정에 관한 청원 제출. 청원 철회.

◇14대 국회= △8차: 김남섭씨 외 3150명 ‘침구사제도 부활 청원. 자동폐기.

◇15대 국회= △9차: 1997년 조중연 의원외 20명 의료법개정안 제출. 자동폐기. △10차: 1999년 이성재 의원외 20명 ‘안마사의 침사용 명문화법안’ 제출. 자동폐기. △11차: 1999년 박성범 의원외 65명 ‘침구사제도 신설을 위한 의료법개정안 제출. 자동폐기.

◇제16대 국회= △12차: 2002년 이연숙 의원 등 침구사제도 신설을 위한 의료법개정안 제출. 복지위 상임위 전체회의서 폐기결정.


2005-09-02 10:4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