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내 한의대신설 한의계'시한폭탄'
일선지부, "안지키면 엄종희 집행부 퇴진운동 불사" 천명


손상대 기자, news@medipharmnews.com



▲ "일단 한번 지켜보시라니까요"
엄종희 집행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한의대신설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사진은 37대 회장에 당선된 엄종희 회장, 손숙영 수석부회장)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엄종희)가 국립한의대신설과 관련 또한번 탄핵의 회오리에 휘말릴 조짐이 일고 있다.

한의계는 지난해 5월 27일 안재규 회장을 탄핵하고 출범한 36대(회장 엄종희) 집행부가 지방국립대의 한의대신설움직임에 이어 여전히 37대(회장 엄종희) 집행부에서도 이런 계획을 추진하자 일부 시도지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타 시도지부에도 급속히 전파되고 있어 현 집행부가 지방대 한의대신설을 취소하고 서울대 내 한의대신설을 이뤄내지 못하면 심각한 내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지방대 한의대신설을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선 지부는 경기도 수원시한의사회로 성명서, 결의문에 이어 퇴진 운동의 실력행사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런 움직임이 전국 시도지부로 전파되면서 탄핵을 통해 등장한 엄종희 집행부의 반대 입장에 섰던 일부 지부들까지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원시한의사회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회원) 70%가 정원 동결을 외치는 의견과 진정한 뜻이 과연 제대로 반영된 정책인지 다시 한번 회원과 지부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목표와 방향을 재설정하는 지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또 “이런 중대한 사안을 장관과 협회장이 결정하게 될 때에는 각 지역에서 전국한의사를 대표하는 시도지부장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면서 “현 회장의 공약사항이었던 서울대가 아닌, 지방 국립대 내 한의대설치건에 대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이어 "(현 집행부는)이런 원칙에서 벗어나 방향을 바꾼 것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고 공약이행에 대한 약속을 촉구한다”면서 중앙회에 대해 "회원을 분열시키는 이같은 일을 중단하고 안마사 3호침 허용법안, 침구사법 등의 현안에 협회역량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수원시한의사회는 이같은 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한의학의 100년 대계를 위해 현 중앙집행진의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수원시한의사회는 이어 2일에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복지부, 교육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방 국립대 내의 한의대 설치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결의문은 “국립대 내의 한의대 설치는 양질의 한의학 치료를 통한 국민건강과 우리문화의 세계화를 통한 국익신장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고의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선별해 길러낼 수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국립 서울대에 설치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수원시한의사회는 결의문에서도 지방국립대 한의대 설치시도 즉각 중지, 국가가 한의학발전을 주도하려면 반드시 서울대 내에 한의대를 신설할 것, 한의학 발전을 저해하는 무리한 지방국립대의 한의대 설치 강력반대, 이를 추진하는 모든 세력에 대해 반대의지가 관철될 때까지 총력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지방대 설치를 반대한다는 한의계 한 관계자는 "서울대 내 한의대 설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36대 집행부 이전에는 이러 안에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며 "현 집행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지방대로 선회 한 것은 전 회원의 뜻을 거스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울대 내 한의대 설치는 한의학의 세계화와 국제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면서 “현재 한의사가 부족한 것도 아니며 11개 사립대학의 교육 및 연구체계가 부실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방국립대에 한의대를 신설하는 것은 의미가 퇴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종희 집행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데는 지난해 10월 20일 대구에서 제13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 전야제를 마치고 개최한 전국이사회 결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전국이사회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의 한의대 설치를 결의, 사실상 지방국립대의 한의대 신설을 결정했던 것이다.

이날 전국이사회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서도 전임 집행부 임원들이 "말도 안된다" "서울대가 아니면 안된다"는 등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에게 직접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한의협이 서울대 이외의 국립대에 한의대가 신설되는 것도 포용한다는 문서를 자청해서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건의함으로써 수십년 기다려온 서울대 내 한의대 설치는 지방국립대 한의대 설치로 급 회전했다.

결국 정부는 한의대유치 가능성이 높은 지방국립대를 2~3곳으로 축소하고, 이들 대학이 한의대를 유치하는 경우 정원은 각각 30~40명으로 결정한다는 가닥을 잡았었다.

이러한 정부 방침은 4월들어 또다시 반전 국립대에 한의학 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한의학의 체계화 및 표준화 등을 위해 국립대학에 한의학 전문대학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협의중이라고 지난 4월21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립대 한의대 설립은 노무현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하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서울대에 한의대 설치를 목표로 추진해 왔으나 서울대가 강력한 거부의사를 보이자 방향을 선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당초 국립의료원에 한의학 대학원 대학을 설립하거나 국립대에 한의학과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도 계획했으나 최근 국립대에 전문대학원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정부안에 비춰 볼 때 한의협의 서울대 내 한의대 설치는 이미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나 다름 없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런 빌미를 한의계 스스로가 제공했다는 것이 일부 회원들의 지적이다. 줄곧 서울대를 주장하고 밀어 부쳤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푸념이다.

한 회원은 "한의계가 내홍에 휩싸여 서울대 내 한의대 설치를 놓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정부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국립 지방대나 전문대학원 설치는 결국 한의계가 제살 깍아먹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의사전용 akom통신에서도 최근 이와관련 한의협이 "서울대 이외의 국립대에 한의대가 신설되는 것도 포용한다"는 문서를 자청해서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건의한 것을 두고 “국립한의대 설치요구가 변질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엄종희 회장은 최근 “그동안 서울대 한의대 유치를 최선으로 알고 추진해 왔으나 공식적인 의결기구를 여러번 거친 결과 서울대 유치는 여러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되 차선책으로 지방국립한의대를 설치해 국가보건의료정책의 교두보를 확보하는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힌바 있다.

엄 회장은 또 “국립한의대 설립은 향후 한의학 부문에 커다란 발전과 영향을 가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의료이원화의 정착과 국가로부터의 전폭적인 한의학 R&D 예산 지원은 물론 더 나아가 국립 한방병원 운영 및 한방임상센터 건립 등 다양한 방면에서 한의학 발전을 견인하게 되는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건넌 서울대 내 한의대 설치 문제가 한의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엄종희 집행부가 일선한의사들의 강력한 저항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터넷신문의 선두주자 뉴스타운 Newstown / 메디팜뉴스 Medipharm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