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일원화' 드라이브 시동

"의사 통합 세계적 추세다"주장…한방제도 전반 개선안 복지부 제출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대한의사협회(회장 장동익)가 '의료일원화'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한의학 연구를 비롯해 한약유통, 의ㆍ한 협진 등에 적극 개입하고 나서 한ㆍ양방간의 또다른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의협은 11일 "현행 한방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밝히고, 의견서 내용을 공개했다．

의협은 이번 한방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을 복지부에 의견서 형태로 제출한 것을 복지부가 올해 3월 정부 및 유관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한방제도 및 건강보험 개선 TF'를 출범시키고 향후 TF에서 다룰 의제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한의계는 그동안 장동익 회장이 보여온 한방에 대한 인식을 고려할 때 한의학에 대한 적극적인 견재를 위한 것이라는 쪽으로 분석하고 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한약 유통과 관련, "지난 2004년 8월 25일 방영된 KBS 추적 60분 보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의 40% 이상에서 이산화황 성분이 검출되는 등 정부의 한약 진흥정책과는 반대로 한약재 유통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국민 건강에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입산 한약재에 대한 체계적인 유통 시스템이 없어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저질 수입산 한약재가 아무런 제약없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직접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가받은 유통·제조업소에서만 규격화된 한약 유통과 조제를 담당토록 하고 규격화된 한약재에 대한 안전성·위해성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특히 정부투자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 한의사ㆍ약사 등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통의학을 현대의학의 범주에서 발전시키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한의학 연구개발을 위해 정부가 지난 1994년 설립·운영 중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는 한의사들만 참여하고 있을 뿐 의사들은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다"며 "이는 한의학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의학의 세계화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원의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의학연구원에 의사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현대의학의 범주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그 연구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해, 의협의 주장이 한의ㆍ약에 대한 연구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의협은 또 한방에서의 현대의료기기 등의 사용을 간접적으로 겨냥, 현행 협진체계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한방병원 대부분이 협진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협력이나 상호보완 보다는 병원 경영 목적에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는 실정이며 이 같은 협진은 의료이용자에게 의료선택의 혼란을 가져오고 중복진료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초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악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의ㆍ한 협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객관적인 실태조사나 정확한 임상통계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복지부와 한의계를 압박했다.

의협은 한의학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이처럼 지적하고 결론은 의사의 업무범위를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이원화에서 일원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협은 "지난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으로 한의사제도가 법제화됨에 따라 의료제도가 현대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화된 이후 의사의 업무범위가 제한돼 왔으며, 이원화된 의료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태로서 국민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의료일원화 당위성을 펼쳤다.

특히 외국의 경우 일본은 한의사 제도가 없으며 면허를 취득한 의사가 소정의 교육을 거친 후 침이나 한약 처방 등 전통의료 행위를 할 수 있고, 미국도 의사는 침구사(acupuncturist)에 대한 지도권을 갖고 처방전과 지시서를 발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 역시 의사면허를 통합해 현대의학 범주내에서 전통의학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의사는 한약·침 등의 사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 의료일원화가 세계적인 추세임을 거듭 주장했다．



2006-05-12 10: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