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약 효과↓ 부작용↑' 진실은?

수지침학회 '한약부작용' 발표해도 복지부ㆍ한의협 '묵무부답'





◇ 수지침학회가 '한약효과 없고 부작용 많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나, 복지부와 한의협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대개협이 한약부작용을 다룬 보건신문 내용을 그대로 포스터로 옮긴 모습
한발연서 관련업계 공동대응…대개협,'한약부작용' 포스터 제작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까지 유일하게 국민의 건강을 지켜왔던 한의학의 주요 치료수단인 '한약'은 과연 알려진 것과 달리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더욱 많은 것인가? 그렇다면 정부가 공정서로 지정, 국민건강을 지키는데 사용되는 동의보감과 방약합편 등 11개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셀 수없이 많은 처방 대부분은 그 효과도 검증하지 않고 국민에 투약되는 것인가?

이같은 의문은 최근 고려수지침학회(회장 유태우)가 "한약의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더욱 많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자체 실험 및 설문조사결과를 토대로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보건복지부는 물론, 한방계 최대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엄종희)는 입을 굳게 다물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수지침학회는 지난 4월 자사가 출간하던 한방서적 판매를 중단하면서 “ 음양맥진에 따른 진단과 실험으로 한약재 170여종을 검증한 결과 약 80% 이상(단, 음식ㆍ식품ㆍ인삼은 제외)은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으며, 더욱이 음양맥진을 크게 편차 나게 함으로써 건강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약의 효능을 전면으로 부인하는 내용을 전문지 광고로 실었다.

고려수지침학회는 이어 4월 29일 열린 제18회 한ㆍ일고려수지침학술대회 참가자 831명을 대상으로 '한약 복용 후의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1%가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한약을 복용하고 효과를 봤다고 대답한 사람은 12.9%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한약을 복용한 사람이 위장질환에서부터 부종, 고혈압, 심장병, 부정맥까지 유발됐다는 부작용사례와 효과는 턱없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수지침학회의 자체 설문조사 및 실험결과가 광고와 기사로 보도되자 대한한약협회(회장 이계석)가 즉각 수지침학회에 한약효과를 폄하하는 광고내용에 신뢰도 등을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질의했고, 수지침학회는 "전 향군한약학원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낸 광고였고, 이미 이들에 충분히 알렸으므로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약효과를 부정'하는데 대한 반론(한약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근거)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한방보험에 급여되는 약제부터 한방의료기관과 한약방, 한약국, 한약조제약국을 통해 국민에 투약되는 첩약은 헤아릴 수없을 정도이다. 또한 11개 기성한약서에 근거해 생산, 유통되는 한약제제도 일반화돼 있다.그런데도 한약이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더욱 많다는 공개발표에 복지부와 한의협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한의계 일각의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주장처럼 복지부와 한의협이 똑 같이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지침학회는 한약의 효능검증방법을 이미 책자를 통해 공개했다. 따라서 복지부와 한의협이 이를 뒤집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약 부작용 많다'는 수지침학회의 주장은 사실로 굳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내과개원의협의회(회장 장동익, 현재 대한의사협회장)는 법원이 한의사의 CT사용을 적법한 것으로 판결내리자 '한약부작용'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공격한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이후 장 회장은 한약부작용 문제와 함께 전국 한의원의 의료기기 사용실태까지를 문제삼아 한의원들을 고발하면서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당시 회장 김현수)와 고발전을 벌였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한의협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한의원의 수입이 급감하면서 이때의 불만이 한의협회장의 중도퇴진으로 이어졌다.

수지침학회의 한약부작용 시비는 양방에서 제기하던 것에서 한차원 높아졌다. 나름대로 실험방법까지 공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여파는 이곳 저곳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배경이야 다르지만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한약부작용실태를 마치고 그 결과를 6월 15일경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의협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같다.

여기에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종근)는 수지침학회의 한약효과 실험내용과 설문조사결과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보건신문의 ‘한약 효과 미미하면서 부작용 심하다’ 제하의 기사(5월 22일자)를 포스터로 제작, 전국 병·의원에 배포하기로 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한약의 부작용을 널리 알려 국민건강을 지키고, 의료일원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로 제작된 이 포스터에는 “한약 복용후 부작용 경험률이 87.1%에 달하고, 위장질환ㆍ부종ㆍ고혈압에 심장병ㆍ부정맥까지 유발하는 등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어 이를 보는 국민들은 마치 한약이 건강에 매우 유해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특히 대개협은 포스터에서 “보건신문은 '고려수지침학회가 전국 성인 8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약을 먹을수록 만성위장병에 잘 걸리고 심장·혈관질환 증상이 더 악화되며 독성물질로 인한 체중증가와 신부전증, 피부질환, 간장 및 눈에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고 언급, 근거의 객관성을 높이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대개협은 이같은 내용의 포스터를 1만부 이상 제작해 전국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피부과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복지부와 한의협은 사안의 중요성을 간과한 때문인지 아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한약관련단체 상임위 성격은 가진 한약발전연합회(회장 김성한)가 한약재 생산, 제조, 유통, 수입, 한약제제 생산제약사 등을 규합해 조직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을 뿐이다.

고려수지침학회가 발표하고, 의료계가 재탕하는 '한약효과시비'는 제1차 한의약육성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한의약산업'을 발전시켜 세계한의약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지부 발표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2006-06-11 21:4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