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7월 위기설' 현실로 다가오나?

한의사 CTㆍ한약부작용ㆍ침구사신설ㆍ의료일원화 등 악재 잇단 돌출




의협, 한방대책위→'의료일원화 특별위'로 회장직속기구 개편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6월 말을 기점으로 한의계 현안이 잇따라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한의계의 7월 위기설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에 향후 보건의료계 판도변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의계는 '한의사의 CT사용을 위법'으로 판단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이후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고, 의료계는 한의계를 압박할 준비를 마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양 직능간에 보이지 않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의계의 7월 위기설'은 그동안 한의계 현안으로 꼽혀온 사안들이 7월에 집중적으로 터지면서 한의계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형체없이 떠도는 '가상시나리오'였다.

그러나 6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004년 12월 한의사의 CT사용을 위법으로 판단, 서초구보건소사 기린한방병원에 내린 3개월의 업무정지와 관련된 판결에서 이의를 제기한 기린한방병원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뒤엎고 '한의사의 CT사용을 위법'이라고 판시함으로써 7월 위기설에 불을 당겼다.

이어 같은 날 국회에선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침구사배출근거를 도입하는 내용의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의원 24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안마사에게 3호침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과 헌재 판결 파동이후 발의된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곧 복지위에서 병합심사될 것으로 보여 의료행위와 복지는 별개라는 주장을 펴온 한의협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고려수지침학회(회장 유태우)가 '한약효과'에 대한 의혹제기와 '한약부작용' 시비, 한국소비자자보호원의 '한의약 의료사고 실태조사'발표 등이 어우러져 근래에 드물게 한의계가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특히 서울고법의 한의사 CT관련 판결은 향후 한의사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악재로 꼽히고 있다. 소송의 형식은 서초구보건소가 항소하고 대한의사협회가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한 것으로서, 기린한방병원의 3개월 업무정지는 가혹하다는 것이지만 정작 한의사의 CT사용을 위법으로 판단함으로써 한의사의 진단행위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방의 對한방 공세가 더욱 거세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같은 예측은 지난번 의협의 對한방조직의 개편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한약부작용 등 한의계를 압박하는데 선봉에 섰던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범대위·위원장 유용상)를 의료일원화 특별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당초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기구로 설립됐던 범대위는 앞으로 대한의사협회 정관에 따른 회장 직속의 특별위원회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어서 의협의 속내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의협 회관에서 열린 범대위 제12차 회의에선 위원회 명칭을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로 변경키로 했다．

이날 유용상 위원장은 "새로 발족할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는 한방의료에 대한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전근대적인 이원화 의료체계를 일원화하고 국가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고 언급함으로써 한의계에 대한 대립각을 분명하게 세웠다.

특히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는 새 회칙이 정해지는대로 의협 상임이사회의 인준을 받아 새 위원을 구성할 예정이며, 위원은 기존 범대위 위원들을 포함해 학회·시도지부·개원의협 회원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이어서 의협의 공세가 보다 조직화돼 대규모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한의협은 한의계 현안이 잇따라 불거지는 가운데 '한약부작용' 보도와 관련, 보건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것 이외에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2006-07-04 16: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