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계 ‘한약업사 四診’ 명문화 필요 여론

복지부, “약화사고 예방 위한 것일 땐 처벌대상 안돼야”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11개 기성한약서(방약합편,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광제비급, 제중신편, 약성가, 사상의학, 의학입문, 경악전서, 동의수세보원, 본초강목)에 수재된 수만에 이르는 처방을 다루는 한약업사의 업무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한약업사를 ‘전통한약사’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약사법일부개정안(한나라당 이강두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서 계류돼있는 가운데, 한약계 일각에서 약사법에 명시된 한약업사의 권한(업무범위)을 올바르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약업사는 ‘약사법 제36조②’에 따라 11개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 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한약을 혼합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11개 기성한약서에는 사진(四診ㆍ시진, 문진, 청진, 촉진)과 방제(약의 가감) 등에 대한 내용이 수록돼 있으나, 이같은 기술은 의료행위로 간주, 한약업사에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약계는 한약업사가 한의사의 수가 적었을 때 오ㆍ벽지에서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졌던 직능으로서, 환자에게 한약을 투약하는 과정에서 약화사고 등을 막기 위해 환자의 증상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한데도 이를 의료행위로 묶어 한약업사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즉 한약업사가 환자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의 요구에 따라 한약을 혼합해 투약했고, 이를 복용한 환자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한약업사에게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란 것이다.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알 수 있는 권리(사진ㆍ四診)는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약업사의 사진(四診)행위에 대해 복지부는 사진(四診)을 의료행위로 판단하면서도 "한약업사가 약화사고를 막기 위해 업무범위 내에서 불가피하게 행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한약계는 “그렇게 막연하게 정의하다보니 피해를 당하는 한약업사가 생겨나고, 그래서 업무가 위축된다”며 의료행위를 위한 사진(四診)이 아닌, 투약을 위한 사진(四診)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약계의 한 인사는 “한약업사의 업무범위가 11개 기성한약서이고, 여기에 사진(四診)에 대한 방법이 명시돼있으면 그게 바로 한약업사의 업무”라며 “복지부가 이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한약업사의 업무범위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약업사 사진(四診)에 대한 복지부 입장

#사례 1=복지부 전신인 보건사회부는 지난 1991년 10월 15일 강원도지사의 한약업사의 업무범위를 묻는 질의에 대한 회신(약정 01254-14437)에서 “한약업사의 한약 혼합ㆍ판매권은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을 임의변경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약사나 한의사의 한약조제권과 구별된다”고 정의했다.

하지만 한약업사가 기성한약서의 처방에 따라 한약을 혼합ㆍ판매하기 위한 상담을 목적으로 기성한약서에 따라 행하는 단순한 사진(시진, 청진, 문진, 촉진)행위는 적정 업무수행상 가(능)하다고 사료된다면서 “(그러나)진료를 목적으로 진료실 등을 설치해 놓거나 진단용 기계, 기구 등을 사용해 진료, 투약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5조 규정에 위반되는 의료행위”라고 덧붙여, 한약업사의 투약을 위한 사진(四診)을 허용했다.

#사례 2=보건사회부는 1991년 11월 21일 대한한의사협회장의 질의에 대한 회신(의정 31002-043902)에서“진찰이라 함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해 병상 및 병명을 규명 판단하는 것으로서 그 진단방법으로는 문진, 시진, 청진, 촉진과 기타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따라서 의료인이 아닌 한약업사가 환자에 대해 시진, 청진, 문진, 촉진 등을 행했다면 이는 의료법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했다.

#사례 3=복지부는 2000년 1월 27일 과천경찰서장의 질의에 대한 회신(한방 17060-41)을 통해 “진맥행위는 사진(四診)행위 중 촉진 또는 절진에 해당하는 진료행위로서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의료인이 아닌 한약업사가 진맥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면서도 “(그러나)한약업사가 기성한약서에 따라 한약을 혼합판매 함에 있어 환자가 요구하는 처방에 대해 약화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한약업사의 업무범위 내에서 불가피하게 행해야 하는 행위까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붙여, 약화사고를 막기 위한 한약업사의 단순한 사진(四診)행위를 처벌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2006-07-20 12:0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