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한약정책'은 '탁상행정'

소보원 정책건의, 문서로 '완료'...식약청에 통보도 안해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최근 한약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가 결여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약사법에 근거도 없는 한약규정으로 한약재가 식품으로 둔갑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 이틀째인 16일 복지부의 한약행정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최근 6년간의 한의약 관련 피해구제 사례 115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난 5월 '한의약 관련 의료분쟁 실태조사'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6월 27일 복지부에 정책 건의했다"며 "그러나 복지부는 관련 부서와 대한한방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에 제도개선 관련 의견 조회 공문을 보냈으며, 각 단체에서는 관련 교육 시행 및 계획 그리고 홈페이지 공지 등을 시행 하였다는 공문을 보냈다. 모든 일은 책상에서 문서로 처리, 실질적 후속조치 확인도 없다"고 질타했다.

특히 복지부는 정작 의약품의 안전 업무를 하고 있는 식약청에는 관련 공문을 이첩하지 않아 식약청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후속조치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복지부는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낸 후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전혀 확인한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소보원에 회신한 검토 의견 역시 이미 시행 중인 정책적 사안들만을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한의협으로부터 회신 받은 조치사항에 대해 담당자는 시행 됐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이의 내용 역시 대부분은 이미 시행된 사항을 기재 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공문을 보낸 7월 10일과 한의협이 회신한 7월 31일 사이에 조치한 내용은 '협회 홈페이지를 통한 회원공지' 1건에 불과했으며, 이 공지 역시 '감염예방 포스터 제작에 따른 의견요청'인 것으로 드러나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형식적인 답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그간 복지부와 식약청 등에서는 한방 관련 부작용 사례 등에 대한 통계작성이 쉽지 않아 이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단속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해왔다"면서 "이에 대한 근거로 식약청이 가지고 있는 한약 관련 부작용 사례는 식약청 설립 이후 단 3건에 불과하고, 이 역시 적극적인 통계 작성이 아닌 단순 민원 보고사례를 정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 됐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본 위원이 소보원의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관련 세부 내용 및 법률적 배상 등 대부분의 내용이 통계적 관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복지부에서는 지금이라도 관련 공문을 식약청에 이첩해 현실 파악에 나서고 관련 기관 등의 후속 조치를 철저하게 파악해 시행 여부 및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약사법 근거 없는 복지부 한약 규정이 식품으로 둔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최근 대전 지법이 "(사건 2006노787 약사법위반 사건과 관련)한약재의 경우 포장된 봉투에 단지 품목, 생산지, 생산자, 주소, 중개인, 중량, 유통기한, 제조번호 등이 표시돼 있을 뿐이고, '사용목적, 효능 효과 용법, 용량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표시가 없어 이를 약사법의 규제대상인 의약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며 "이는 규격품이 한약의 포장 기재사항에 효능 효과 등이 빠져 있어 약사법 상의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로인해 현재 식약청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대부분의 한약 규격품이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간주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에서는 모든 의약품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 반면 한약에 대한 규정이 모호한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에서는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규정'을 만들어 한약 관리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규정의 30조 용기 또는 포장의 기재사항 효능, 효과에 '조제용 또는 제제용으로 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해 약사법상의 표기의무와 상반된 체계를 갖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한약은 상위법인 약사법의 규정을 무시한 하위 규정에 의해서 효능, 효과에 대해 별도 기재를 하지 않고 허가와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명백히 상위법인 약사법과 시행규칙의 위반이며, 상위법에 근거가 없는 하위 규정은 원천 무효인 만큼 복지부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논란의 근간은 한약에 대한 명확한 분류체계가 확립 되어있지 않는데 있다"며 "약사법 상 모든 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규정하게 돼 있음에도 한약은 이러한 분류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며, 한약은 별도로 한다는 특례조항 조차 없는 등 법률적 일관성이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런 문제의 시발은 ‘한약 분쟁’ 등과 관련해 한약에 대한 처분권을 기존 약사에게 조제사 자격을 주고, 새로이 한약사를 만들고, 한의사에게 조제권을 넓혀 주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의 소산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한약에 대해 손을 놓고있는 사이 국민들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알고, 모든 정책의 목표를 국민에 놓고 하루속이 시행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006-10-16 17: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