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국감, 맥빠진 녹용증인 심문

박재완 의원 질문에 증인 4명 제각기 종전만 주장 되풀이





◇ 23일 식약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러시아녹용 진위를 가리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이 증언하는 모습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태홍)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러시아에 엘크種이 서식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최근 녹용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가운데 질문공세가 이어졌으나, 진실을 가리는데는 실패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 2005년 한의유통사업단이 '러시아산 원용'이라고 판매한 녹용을 구매했던 포천 신성한의원 신치원 원장이 대구한의과대 서정철 교수에게 DNA 검사를 의뢰했고 그 중 일부가 엘크로 나타났다며, 녹용 밀수 의혹을 제기했던 사건의 당사자 모두를 증인으로 불렀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녹용 밀수 의혹과 관련해 채택한 증인은 김정렬(전 서울시한의사회장) 한의유통사업단 대표이사를 비롯해 신치호 포천 신성한의원 원장, 정충묵 청운제약 사장, 서정철 대구한의대 교수 등 4명이다.

증인심문에서 박 의원은 "DNA 검사를 처음 했을 때 러시아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느냐"고 묻자 서정철 교수는 "DNA 검사를 1차 2005년 11월 7종, 2차 2006년 2월 5종에 대해 했다. 2006년 2월 판정등급 보류를 통보했다. 문제가 있어서 한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어 박 의원이 "어떻게 구분하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서 교수는 "원산지 분석은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품종은 어느 정도 학문적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해 자신의 실시한 DNA검사가 신뢰성이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박 의원이 DNA 의뢰는 왜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신치호 원장은 "원용이라고 해 구입한 녹용을 사용해 보고 관능검사를 해보니 원용이 아닌 것으로 의심됐다"며 "DNA 1차 검사 결과 총 7개 샘플 중 4개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엘크였다"고 진술했다.

특히 신 원장은 박 의원 한의유통사업단은 품종보다 산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식약청의 검사방법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양측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박 의원이 어느 업체건 비양심적인 사람이 있다. 현재 정부의 녹용 관리 기준은 문제가 있냐고 질문한데 대해 정충묵 사장은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러시아 엘크종 존재 주장에 대해서 김정열 대표이사는 "그렇다"고 단호히 말하고 "러시아 정부가 자국산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마랄만이 서식한다고) 거짓말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김 대표의 언급이) 외교 분쟁 일으킬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원실에서) 서면질의 한 결과 그쪽 답변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증언을 하느냐"고 따지자 김 대표는 "고르노알타이 정부에선 엘크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면서 "(2001년 알타이 공화국에서 찍은 것이라며 한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왼쪽 엉덩이가 하얀 것이 마랄사슴(시비리쿠스)이고, 오른쪽 엉덩이가 검은 것이 엘크이다. DNA 분석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생약평가부장은 녹용분류와 관려나, 녹용 품종과 원산지 구분법을 원산지 공정서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절편 원산지 구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구분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러시아 품종 통관 절차는 확인 못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정부 당국자로서 무성의한 것 아닌가. 식약청은 공인된 결론을 빨리 내려라"고 추궁하자 문창진 식약청장이 나서 "엘크에 대해선 확인하겠다. 한약재 불법 유통에 대해서도 종합적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이번 분쟁을 해결하려면 우선 알타이 공화국의 엘크 존재 여부를 규명해야 하며, 아울러 녹용의 품질기준을 원산지, 품종, 또는 양자를 모두 고려해 판별할 것인지를 결정한 후 합리적·과학적인 기준과 검증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검사한 녹용에 대해서는 검사필증과 고유번호를 부착해 소포장단위로 유통시킴으로써 녹용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체계적인 관리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6-10-24 16:2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