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중국산한약재→저질약재” 파문

‘한약재생산농민’ 달래려다 ‘한약재수입업계’ 반발 자초

‘한약재부작용시비’를 제기함으로써 국내 한약재생산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던 의료계가 이번엔 중국산한약재를 불량약재로 매도, 한약재수입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ㆍ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장동익 위원장ㆍ내과개원의협의회장)는 한국생약협회(회장 엄경섭)가 지난 11일 결의문을 채택하고 의료계에 ‘한약부작용시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자 3월16일 생약협에 공문을 보내 “이 캠페인은 국산한약재를 보호하려는 취지의 사업목적도 포함돼있다”며 중국산한약재를 중금속 및 방부제에 오염된 약재로 매도했다.

그러자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회장 정승환) 송경태 수석부회장(한약분과위원장)이 “어떤 근거로 그 같은 얘기를 했느냐”며 “근거제시를 정식으로 요구할 생각”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범의료한방대책위는 공문에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의 90%가 값싼 중국산이고 이러한 한약재는 중금속이나 방부제에 많이 오염돼있기 때문에 한약재내 중금속을 가려내 국산한약재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한약재부작용시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범의료한방대책위는 또 “양심적인 한의사도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한의사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해 불량 중국산한약재를 사용해 국민적인 피해도 많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한약부작용을 최소화시키려는 것이 (한약부작용 피해 줄이기 캠페인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범의료한방대책위는 이어 “중국산한약재를 사용하지 말고 조금 비싸더라도 질 좋고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신토불이(국산지칭)한약재를 쓰도록 생약협이 앞장서서 한의사 및 국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귀회의 번영을 도우려는 본 회의 사업에 절대 오해하지 말고 격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생약협의 반응은 냉담하다.

생약협 관계자는 “의료계가 ‘한약재부작용’을 거론하며 언제 국산ㆍ중국산을 구분한 적이 있느냐”면서 “설혹 구분을 했더라도 ‘한약재부작용이 크다’고 하면 누가 마음 놓고 한약을 복용하겠느냐”고 말해 의료계 의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엄경섭 회장은 이에 대해 “의료계가 정식 공문을 보내온 만큼 회장단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간략하게 밝혔다.

의수협 송경태 수석부회장은 “우리나라 유통한약재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수입한약재는 엄격한 검사절차를 거쳐 유통된다”며 “지난해 의수협 의약품시험연구소에선 총6404건의 수입한약재에 대한 관능ㆍ이화학검사를 벌여 이 중 98건을 부적합처리하고 102건을 미처리했다”고 2004년도 수입한약재 검사결과를 제시했다.

송 수석부회장은 또 “의료계가 수입한약재를 마치 불량약재의 대명사인 것처럼 매도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의료계에 이런 내용에 대한 근거제시를 요구할 것이며, 이 문제가 한약관련산업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언급인 만큼 관계자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2005-03-17 17:5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