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의계 4대현안 해법 있나
한약부작용, 의료일원화, 약사한약조제권, 침구사부활


손상대 기자, news@medipharmnews.com


한의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현실 극복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발전과 국민건강수호위원회’(이하 한수위/위원장 박태숙)는 지난 4일 한의협 1층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한의학폄하 세력에 대한 강력대응을 천명했다.

이날 엄종희 회장도 한수위 회의에 격려차 참석해 “무면허자의 단속도 중요하지만, 의료인의 한의학 영역침해는 한 치 물러섬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협의 이같은 움직임은 연일 불거지고 있는 한약재 안전성 문제, 의사협회의 의료일원화 본격 추진, 침구사법 부활시도, 5만 약사의 한약취급권 확보를 위한 서명운동 등 외부의 공격이 대부분 메가톤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계 내부는 아직 이들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뾰족한 타개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직역간 생존권 투쟁이 본격화 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의협의 경우는 의료일원화를 중심으로 여타 직능간 보조를 맞추고 있는듯한 느김을 주고 있어 문제가 불거지면 집중 포화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의계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한약재 효과 및 부작용 문제다. 이 문제는 지난해부터 의협, 소비자보호원, 수지침학회, 방송,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오르내리면서 계속적으로 한약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고 있어 한방의료기관 등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약재 문제는 시민단체 및 몇몇 연구원 등에서 시중유통한약재를 수거해 검사결과를 발표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이 내과개원의협의회장 시절 한의사의 CT 사용을 허용하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한의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본격 활용하면서 한방의료기관은 물론 한약재도매상과 제조회사, 생산농민, 수입업자 등 한약재와 관련된 업계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

의협이 한의계 압박용으로 써먹었던 ‘한약부작용’시비가 고려수지침학회는 물론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메뉴로 활용돼 한의계와의 반목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부 한방약에서 수은 등 중금속이 기준허용치의 2,000,배가 넘게 나왔다’으며, 코카인 성분이 검출됐다는 주장까지 나와 한약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런 와중에 나온 “한약, 간독성이 없고 오히려 간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대전대한의대 설인찬 박사팀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결과’는 그동안 한의계의 ‘한약안전성 입증’ 노력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반증하는 결과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양방에서 수년전부터 ‘한약복용→간독성’ 이라는 주장을 끈질기게 제기했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반박자료하나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계가 반박자료로 삼고 있는 설인찬 박사팀의 이번 연구결과도 단순 한약재 복용만이 아닌 이뇨제등의 양약들을 동시 복용한 결과의 데이터여서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어 이 또한 공정성과 신빙성을 잃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이번 문제의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병원을 상대로 어떤 약을 환자에게 투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발표되면 이번 데이터는 오히려 한의계에 역풍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한약을 복용하면서 이뇨제등을 함께 복용하면 상당부분의 독소들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며 "이런 결과를 가지고 한약에 간독성이 없고 오히려 간기능 개선이 도움이 된다고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사단체는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 공인기관 등에서도 수없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발표됐는데도 한의계가 이를 인증하려하지 않는 것은 한의약학의 과학화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한의학에 대한 정부예산의 투자 순위를 바꿔서라도 한의학의 과학화가 먼저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의약계의 대응은 반발수준에 그칠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해결책의 핵심에 한방약의 과학화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방약의 부작용과 관련 또하나의 메가톤급 핵폭탄은 의사협회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의료일원화다.

한약부작용,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 근거중심의학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양ㆍ한방 의료를 통합하기 위한 의료계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한의계를 압박하고 있는 휴화산이다.

의협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위원장 유용상)는 지난달 19일 기획, 홍보, 학술, 정보, 법제, 간행 등 6개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역대 가장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의료일원화 분위기 만들기에 들어갔다.

의료계와 약계, 침구계에 이어 수지침학회까지 가세한 한방에 대한 파상공세는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국민 불안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의협이 보폭을 맞추고 있는 형사이다.

또한 ‘한방타도’ 원조인 장동익 의협회장이 탄핵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고, 곧 대한약사회도 회장선거를 마치게 된다.

보건의료계 1, 2위를 다투는 두 단체가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점이면 의료일원화와 약사한약취급권 확보라는 새 불씨의 점화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여 한의계는 약사한약조제권이라는 또 하나의 짐을 떠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약사한약조제권은 “규격화된 한약재라도 사용방법과 용량, 주의사항 등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 약사법의 규제를 받는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는 대전지법의 판결 이후 약사들의 한약취급욕구를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

이같은 판결 이후 한약조제약사회(회장 박찬두)는 “한약분쟁와중에서 복지부는 아무런 법적근거도 없이 약사의 손에서 한약을 빼앗아갔다”며 약사들의 한약취급허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 서울시약사회는 지난달 15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서울약사학술제에선 각 구 약사회장단이 ‘5만 약사 한약조제권 쟁취 서명 대장정’에 착수함으로써 약사들의 한약조제 움직임이 14년 만에 또다시 현안으로 떠 올랐다.

한약조제약사회의 경우 건강원에서 농산물로 유통되는 한약재를 거의 자유롭게 달여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약국을 개조해 건강원 만들면 약국한약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약사들이 한약조제권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것은 한약재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지만 복지부나 식약청, 한의약계 어느 한곳에서도 이 판결이 몰고 올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한약재는 의약품이라는 주장에만 급급할 뿐이어서 이 문제는 머지않아 커다란 폭발력을 드러내며 한의약계를 강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이 같은 문제와 함께 침구사법 부활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끈질기게 요구돼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이 역시도 한의계를 괴롭힐 사인이다.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일부개정안’은 침구사제도를 신설, 한방병ㆍ의원에서 한의사의 지도를 받아 침구를 시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론 독립적인 개원은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한의계는 침술의 경우 양방의 의료기사처럼 단순한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상태 전체를 봐야 하는 것인 만큼 지도만으로 될 수 있는 시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최근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뜸(灸術)을 일반인들이 손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면 국민의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유시민 복지부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하기까지 했다.

특히 지금까지 독립적인 침구시술을 하는 직능으로 침구사신설을 주장해왔던 대한침구사협회(회장 신태호)가 최근에는 의료기사로 침구사를 신설하는 법안에 동의, 침구사신설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 또한 한의협이 아닌 의협과의 공생형태를 띠고 있어 이 법안이 국회서 받아들여지면 한의협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외부로 부터 날아드는 메머드급 핵폭탄에 한의협이 어떻게 대처할지 4일 출범한 한수위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신문의 선두주자 뉴스타운 Newstown / 메디팜뉴스 Medipharmnews)
2006-11-06 오후 11: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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