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무면허 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의료-비의료 한계 모호ㆍ남발되는 민간자격 등 원인지목




입법부ㆍ감사원 등에서 무면허자 시술…공공기관 ‘준법불감증’ 심각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배타적인 권리가 주어진 제도권(의료인) 이외에는 행할 수 없는 의료행위가 무자격자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는데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관할지자체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의 핵심은 ‘민간자격’이다. 이들 무자격의료행위자 대부분은 특정단체에서 침술과 뜸술(灸) 등을 배워 ‘민간자격’을 획득하고 ‘무료봉사’라는 이름으로 의료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에선 대가여부를 떠나 해당분야에 대한 면허가 없이 의료행위를 시술하다 적발되면 의료법위반으로 처벌되며, 대가를 받는 경우엔 금액에 따라 보건범죄특별단속법 위반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지금처럼 정부가 ‘민간자격’에 의료행위를 포함시키지도 않으면서 이들의 의료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선의의 피해자를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인 없는 민간자격남발= 1997년 3월 27일 제정된 ‘자격기본법(법률 제5314호)’은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자격수요에 부응, 자격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관리ㆍ운영을 체계화ㆍ효율화하고 자격제도의 공신력을 높여 국민의 직업능력개발을 촉진하고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 법 제3장(민간자격) 제15조(민간자격관리자)에서는 ‘국가외의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은 누구든지 민간자격을 신설해 관리ㆍ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제16조(민간자격대상의 제한)는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는 분야 △국민의 생명ㆍ건강 및 안전에 직결되거나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민간자격의 신설ㆍ관리ㆍ운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이어 제17조(민간자격의 국가공인)는 ‘민간자격관리자는 대통령이 정하는 공인기준에 따라 당해 민간자격에 대해 국가의 공인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해 민간자격에 대해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공인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의료행위는 그 중요성에 따라 배타적 권한(관련대학 수료자에게만 국가시험 응시자격 부여)이 주어지며, 민간자격 해당사항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현재 4~5곳의 침술관련단체에서 ‘○○요법사’ ‘△△침구사’ ‘ＸＸ요법사’ 등의 민간자격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응시자들은 마치 민간자격이 침이나 뜸을 시술자격을 받는 것처럼 혼동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이를 방치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자격을 획득하려는 이들은 교육단계에서 민간자격을 취득하는데 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적어도 30~50만 원 가량이 소요되며, 이후에도 보수교육 명목으로 매년 수 만원씩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일부에서는 민간자격시험에 응시하는데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 침술무료봉사와 실무경력증명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어 이들 민간자격시행단체가 사실상 무면허의료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무면허 의료만연…‘준법불감증’= 자격기본법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 대해 ‘민간자격’ 제한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이에 대한 공인을 불허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간자격’을 앞세운 수천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의 침뜸을 위주로 하는 시술행위는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의료행위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관 및 동사무소(자치센터), 민간회사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이뤄지며, 심지어 우리나라의 법률을 제ㆍ개정하는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부처의 행정행위를 감시하는 감사원,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복지부 산하기관 등지에서도 무면허자들의 의료행위는 벌어지고 있다.

민간자격을 시행하는 어느 단체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규교육을 마치고 ‘ＸＸ요법사’ 민간자격을 취득해야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올해 40여 곳에서 1만8000여명이 참가해 6만2000여명에 대한 봉사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의 또 다른 항변은 “돈 없어 병원에 갈 형편도 안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시술로 병을 고쳐주는 게 죄가 되느냐”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라는 책자를 발행해 제도권 의료로부터 공분을 샀던 울산지방법원 황종국 부장판사의 주장과도 유사하다. 그는 지금도 생활자연의술(민중의술: 민간에서 오래전부터 전래돼온 질병치료 방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전문가들은 의료제도가 양ㆍ한방으로 이원화돼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민간의술과 겹쳐지는 한방분야에서 분쟁의 소지가 높은 것도 의료와 비의료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시민 복지부장관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일반인이)스스로를 위해 뜸을 배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은 안 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이는 영리의 범위를 놓고도 찬ㆍ반측의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경찰청의 무면허의료행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년 9월까지 총 322건(단속기준, 구속 68명, 불구속 254명)이 발생했다. 반면 불법의료행위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복지부의 금년 10월까지의 단속실적은 4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실적 8건에도 못 미친다.

제도권 의료와 민간요법의 범주를 시급히 정립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6-11-14 1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