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의료계 문제' 공개 초읽기

대화제의 거절ㆍ공세 강화에 반발…맞대응 적극 검토

‘한의사의 CT사용은 합법’이라는 서울행정법원의 지난해 12월 판결로 비롯된 한ㆍ양방간의 분쟁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법원판결이후 ‘한약부작용캠페인’을 벌이면서 한의계를 압박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국내 한약재생산농민들의 반발에 이어 수입한약재폄하 발언으로 한약재수입업소들의 집단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는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안재규)가 제시한 ‘상호자제 및 국민보건향상에 노력하자’는 취지의 협상제안조차 거절함으로써 한의계와의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의협은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유화책 중단하고 의료계와 본격적인 싸움에 돌입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지난 18일 김 회장이 지방출장 중 사무처로부터 ‘양ㆍ한방간의 분쟁해결을 위한 대화 제의’ 등의 내용을 담은 한의협 공문을 접수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번 사태는 직능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한약의 위험성을 밝혀야 한다”고 언급, 한의계의 대화요청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의료일원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면서 “올해를 의료일원화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해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약부작용캠페인을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는 의료일원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의협은 특히 최근 한약재부작용사례 수집 중 입수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세계적으로 한약복용 후 암ㆍ신장질환 등의 부작용사례가 다수 보고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의협 양기화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벨기에와 일본의 부작용사례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한약재를 주성분으로 하는 체중조절약과 한약재에서 추출해 양갱 색소로 사용하는 식품첨가물 등에 방광암을 비롯해 요도상피암, 신장암, 간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양 연구위원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벨기에에서 중국산 생약을 주재료로 한 체중조절약을 복용한 100여명의 여성환자들에게 신장간질섬유화가 진행됐음이 보고됐으며, 2~4년이 지난 1994년 이들에게서 방광암 및 요도상피암이 발병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일원화 태스크포스팀(T/F)이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는 4월에 ‘대한의사협회지 4월호’에 한약부작용에 대한 국내임상사례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불행한 갈등 사태에 대한 상호자제와 해소를 위한 노력 요청’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통해 의료계에 대화를 제의했던 한의협은 의협이 대화를 거부하고 더욱 강공으로 선회하자 배수진을 치고 맞대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의협은 의료계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내용을 부풀려 한의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맞대응방침이 굳혀지면 지금까지 수집된 의료계 문제점을 공개해 의료계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나가는 전략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2005-03-22 16:2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