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상승 노리는 의료기사·침구사

단체간 첨예한 의견대립… ‘논란’ 예상 메디컬투데이 2009-03-01 12:53:01 발행

[메디컬투데이 윤정애 기자］ 의료기사단체의 ‘의료기사법 개정 공청회’ 개최를 2주 가량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침구사를 의료기사 직종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이하 의기총)은 내달 12일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과 공동으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의료기사가 의료인으로 편입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중에 침구사의 의료기사 직종 포함 법안이 발의되면서 각각의 의료관련단체들 간의 입장차가 묘하게 얽히고 있다.

◇ 현실 맞는 의료기사법 필요해
현재 의료기사법 속에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의무기록사, 안경사등 총 8개의 의료기사가 속해있다. 그 중 행정직에 가까운 의무기록사도 마저도 같은 법으로 관리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기총은 ‘공청회’ 일정이 외부로 알려지자 이에 대해 “의료기사의 전문화 및 교육수준이 과거와 달리 크게 향상됐고, 전문성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시대에 맞게 법개정이 필요해 공론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의료기사의 의료인 편입’과는 상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지를 막고 있고, 개별법으로 관리가 필요한 현실에서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의료인에 준하는 대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 같은 ‘자율성’과 ‘의료인에 준하는 대우’라는 언급으로 인해 의료인 편입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의기총은 “오래된 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은 말아달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의 대표격인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회장은 의료기사의 의료인 편입은 ‘반대’라는 입장만을 표명한 채 더 이상의 언급은 회피했다.

◇ 침구사제 부활의 타협점, 의료기사

한편 현재는 없어진 침구사제도의 부활을 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을 발의한 김춘진 의원 측 관계자는 “외국에는 침구사라는 제도로 양성화하고 있다”면서 “그간 침구사에 대한 독립적 영업권을 전제로 법안을 발의했는데 한의사들의 반대가 심해 의료기사를 타협의 대안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법안이 발의되자 물리치료사협회 관계자는 “침구사를 의료기사 자격을 부여하기 전에 침구사제도가 우리나라에 필요한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하고, 의료기사에 포함하느냐 아니냐는 차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침구를 의료기사에 포함시키게 된다면 물리치료사에게 침․뜸을 뚤 수 있는 자격을 먼저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에서 침과 뜸은 물리치료사들이 시술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침구사제도 부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의협 이상봉 이사는 “의료는 자격이 아니라 면허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침과 뜸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시술법과 상황대처가 필요한 의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덧붙여 “물리치료사 등 기사들이 의료기사 지위권을 확보하려는 뜻은 알겠지만 침구를 물리치료사가 맡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 의료분야 자율권 확보 “쉽지 않아”

경북대 보건대학원 박재용 교수는 현재 의료기사들 중에 정규교육과정 외에 대학원 과정, 외국 유학까지 다녀오는 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의료인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사자격과 영역에 대한 독립을 꾀하게 되고, 앞으로는 그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의료기사들의 요구에 대해 의사들은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의료인 편입을 반대하지만 실상은 자율권을 주고 독립 개원이 가능해지면 크게 봐서 의사들과 경쟁체제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사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위해 의료인 편입에 대한 열망은 있을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만 현행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관심을 표명해야하겠지만 의료인 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한편, 복지부는 “침구사 양성을 주장하는 단체들이 말하는 수요에 따른 공급부족을 확인할만한 구체적 자료가 정부를 비롯한 침구관련단체 어디에도 없다”면서 “공급부족을 확인할 방법이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복지부에서 오는 7월에 양방, 한방, 치과 등의 의료 인력에 관련된 수요평가 자료가 발표되면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윤정애 기자 (jung@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