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한의사의 처방이 제약회사를 통하여 의약품으로 개발되면 한의사가 이 약을 처방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다수의 한의사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약사법과 약사법 이하의 고시 및 하위규정을 살펴보면 한의사가 이 의약품을 처방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 임하는 한의사는 이 약을 처방하기 매우 불편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이것을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단정하고 있음을 또한 알고 있다.
3월17일 보건복지가족부 보도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가 한의약 R&D지원한 PG201은 관절염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으로부터 유래된 처방을 생명과학적인 기법으로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주관연구책임자 김선영)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주)헬릭서에서 개발한 천연물신약으로 2상의 임상시험을 통과하여 3상을 준비 중에 있으며 (주)한국피엠지약품와 함께 50억의 3상 임상시험비용을 투자하여 신약 개발 및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자료 제출 완료를 남겨놓은 제제이다.
문제는 이렇게 나온 관절염치료제는 과연 한의사에 의해서 처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데 있다. 여기에는 우선 신약 PG201을 개발한 주체와 사업체가 누구이냐가 중요하다. PG201이 한의학적 근원을 가진 신약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즉 (주)한국피엠지약품이 이 제품을 누구에게 팔아야 매출이 많이 오를 것이며 지금까지 투자한 개발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남길 것이냐는 사업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제제를 임상시험한 경희대학교 한방병원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이 있다면 이미 기회는 한의사와 양의사가 임상에 처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요는 이 제제가 의사의 차트에 치료제로 처방될 가능성이 높으냐 아니면 한의사의 차트에서 치료제로 처방될 가능성이 높으냐에 대한 마케팅 측면의 선택이 (주)한국피엠지약품에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이 회사가 한의사에게 공급하기보다는 의사에게 공급하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긍정적으로 처방할 의사가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방의료기관에 이 제제를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써 한의사의 임상을 위해서 이 회사가 회사의 마케팅 비용을 써대면서 공급루트를 찾아줄리 만무하다.
결국 여기서 이러한 괴상한 현상을 자초한 장본인이 누구이냐를 냉철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필자는 그 장본인은 한의사라고 감히 단언한다. 그 이유는 한의사의 임상적 영역과 한의사가 선택한 의료행위의 문화가 제약회사의 마케팅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 그리고 연구기관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인적 인프라에 그다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애써서 이것을 한의사에게 권고할 이유가 없으며 연구기관이 그렇게 해야할 이유도 없고 제약회사 또한 그렇게 노력할 이유가 없다. 오직 한의사 스스로 생각해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했던 것이고 그 결과가 지금의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의사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한의학적 해석으로 유래된 의약품 및 각종 상품에 대한 외면과 냉소 그리고 우리 것이 아니라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의사가 우수한 처방을 감추고 의약품으로 개발하지 않으려고 폐쇄한다고 우수한 처방이 의약품으로 개발되지 못할 리 없다.
한의사가 아닌 전문가에 의해서 개발될 것이며 이 경우 한의사는 더 이상 이 제제에 대해서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한의사가 자신만의 비방을 믿고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우수한 의약품의 효능을 백안시하는 현재의 편협한 마인드에서 마음을 열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제약회사는 마케팅 대상에 한방의료기관을 넣을 것이다. 당연히 건강보험에 치료제로 등재될 수 있을 것이고 한의사는 국민에서 우수한 한방신약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순기능을 이해하는 한의사가 되어야 한의약계에 살길이 열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