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이력추적시스템 도입이 절실한 가운데 유통 한약재 10% 정도가 원산지를 위조 또는 변조한것으로 드러나 여전히 국민건강을 농락하고 있다.

특히 수입 한약재 가운데 중국산 한약재의 경우는 국산 한약재와 비교할 때 가격이 최대 6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 때문에 한의약계의 고질적 병폐인 ‘섞어팔기’ 등의 원산지 위·변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우리한약재살리기운동본부가 지난해 10월27일부터 11월5일까지 서울 등 전국 22개 도시에서 한약재 원산지 위·변조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에 보고한 분석자료에서 나타났다.

우리한약재살리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전체 분석 시료 379개 중 9.2%에 이르는 35개가 원산지를 변조했으며, 원산지가 변조된 한약재의 80%는 한약도매상에서 발견됐다.

분석 시료 가운데 변조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구기자로 60개 중 9개가 수입산으로 밝혀져 위·변조율이 15.0%를 차지했다. 또 작약은 98개 중 13개(13.3%), 산수유는 77개 중 7개(9.1%)로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문제는 한약재의 경우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는 점과, 아직까지 한약재에 대한 원산지 판별기술이 보편화 되지 못했다는 점을 이용 일부 업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한 국산 한약재 ‘자가규격제도’ 적용 이후 한약판매업자가 규격품 가공·포장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어 한약 도매상이나 약업사가 마음만 먹으면 임의로 중국산을 섞어 포장한 뒤 국산 한약재로 유통시킬 수 있다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약재의 불법 밀수와 수입산의 국산 원산지 변경은 여러해 동안 한약의 안전성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식품용으로 들여온 약재 등이 국내 반입후 한약재로 둔갑돼 판매되고 있는 것은 국산 한약재는 물론 한약재 시장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음에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최근 3년간의 수입한약재 품질검사를 보면 부적합 판정사례는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50건중 4건은 부적합 한약재가 수입됐다.

이를 양으로 따지면 3년 동안 부적합 한약재로 판정돼 수입조치가 불허된 한약재만 1,357톤에 달한다. 가장 많이 적발된 품목은 녹용, 애엽 등 수요가 많은 다빈도 한약재의 일종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런 문제와 관련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최근 ‘한약재 이력추적제’ 도입의 시급성을 주장한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한약재의 생산·수입단계에서부터 제조·유통·판매단계까지 모든 관련된 정보를 기록·표시·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한의약육성법’을 발의한 바 있다.

전 의원은 또 원산지 감별법, 가짜 한약재 구분법 등의 과학적 기법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하고 주무관청인 복지부에 관련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