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한약협회 ▒▒▒▒

주재승기자/jsju@koreamnews.com

녹용 값을 받고도 녹용을 넣지 않은 한약을 투약한 프랜차이즈 한의원의 한 지점의 행태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한의계가 들끓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묵묵히 국민보건에 기여하고 있는 대다수의 한의사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동료한의사에 의해 이같은 행태가 저질러졌다는데 심한 자괴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려되는 부분은 국민들의 한의사에 대한 불신에 따른 한방의료기관 기피 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한의원들이 채택하고 있는 탕전(환자편의를 위해 한약을 달여 주는 것)행위가 사고가 난 한의원 지점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 한의원은 한약을 직접 조제하지 않고 처방전만 내고 탕전은 경기도 용인의 한 한약국에서 이뤄져 택배형태로 환자에게 배달하는 원외탕전 시스템이지만, 대부분의 한의원은 진찰에 이은 직접 처방과 한약조제, 탕전 등이 원내에서 모두 이뤄져 구조적으로 다른 형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포탈 등에선 한의사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어 선의의 한의사까지도 매도되는 상황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유기덕)는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진상규명에 착수했으며, 13일에는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일선한의사들의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다.

몇몇 프랜차이즈 한의원들은 그동안 한약재와 진료시스템 등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일반한의원과의 차별성이 자연스레 강조되면서 일선한의사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런데 이번 ‘녹용빠진 녹용탕약’ 사건이 프랜차이즈 한의원 쪽에서 터졌는데도 정작 그 피해는 일선한의사들이 나눠져야 하는 불공정한 일이 벌어지자 일선한의사들의 불만이 폭발해 점차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선한의사들은 이번 프랜차이즈 한의원 지점에서 처방해 한약을 탕전 하는 행태를 문제를 바로 잡는데 한의협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한의원이 채택하고 있는 원외탕전의 구조는 ‘지점 한의원 처방→본점 한의원→총괄 한약국 탕전→환자에 탕전된 한약 택배’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법적인 문제이전에 한의사와 한약취급직능(한약조제약사, 한약사, 한약업사)과의 ‘한방의약분업’ 논란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 등 한약취급직능이 한방의약분업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프랜차이즈 한의원들이 채택하고 있는 원외탕전은 이들 단체에 분업 당위성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은 약값을 받는 주체를 한의원에서 한약국 등으로 바꾸면 바로 한방의약분업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의협은 한방의약분업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같은 방식의 원외탕전이 보다 일반화 된다면 한방분업을 하지 못할 이유는 궁색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일선한의사들은 한방보험의 수많은 제약에 따른 수익구조가 열악한 상황에서 한방분업 촉발을 야기 시킬 수 있는 문제 근원을 이번 기회에 해결해 주기를 협회에 바라고 있는 것이다.

대국민 사과 성명을 통해 전체 한의사의 품위를 손상한 관계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한의협이 어떤 결과를 내놓고 추락한 ‘한의사의 신뢰’를 회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